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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란트 생존기

V-로그는 모르겠고 블로그나 잘 하자: 2022년 11월 두번째 주 일상다반사 (071122-131122)

by Gruentaler 2022. 11. 14.

1. 7일 월요일

0605 기상

늘 그렇듯이 한주 시작이니 새사람 좀 되겠다고 계획 세우고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 하루 지나갔음.

2. 8일 화요일

0721 기상
해질녘 학교는

아침, 한국 시간으로는 늦은 오후에 부모님이 누나를 만나러 캐나다에 가신다고 해서 전화 통화를 잠깐 했다. 한번 경유해야 하는 일정인데 폭설 때문인지 연결편이 갑자기 취소되어 어찌해야할지 고민중이시라고. 결국 경유지에 도착해서 한나절 정도 기다렸는데 그마저도 지연되어 예정보다 한참 늦게서야 도착했다는 소식을 목요일 저녁에 들었다. 그래도 경유지 벤쿠버에서 조카를 만나 도움 받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던듯.
저녁에 도서관 가서 공부하려 했으나 점심쯤 C로부터 달렘 인문학 센터(DHC) 15주년 기념 강연을 같이 보러 가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아서 함께 다녀왔다. 강연 제목은 무려 "인문학의 위기와 소명으로 지적 작업의 미래"였는데 제목만 보면 인문학의 미래 전망을 다룰 것 같았지만 미국과 독일에서 인문학 위기 담론을 회고하는 수준에 그쳐서 다들 어딘가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이었던듯. 사실 내용 자체만 보면 회고하는 작업도 분명 나름 의미있는 일이긴 하겠지만 이런 제목에 그런 내용을 기대하고 온 사람은 많지 않겠다는 점이 문제였겠지...
강연도 그렇고 나름 15주년 기념 행사였다보니 총장도 와서 축하 인사하고 센터장도 나와서 한 20여분에 걸쳐서 센터 소개를 했는데 (사실 거기서부터 살짝 지침...) 간간히 우리 선생님 이름도 나와서 조금 뜨끔했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선생님도 와계셔서 흠칫했다. 어째서 선생님은 어딜 가더라도 보이시는 건가요. 역사박물관 메르켈 사진전에도 선생님 말씀 써있더니만.

3. 9일 수요일

0800 기상. 어쩐지 점점 늦게 일어나게 되는 듯한...

정말 아무것도 안한 날. 더 크라운 새 시즌 나왔다고 해서 점심 먹으면서 그거 보고 저녁 먹으면서 유퀴즈 본것 말고는 한 게 하나도 없어서 스트레스만 받다가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얼마 안남은 부분 읽고 잠들었음.

4. 10일 목요일

0730 기상
도서관에 나와서 콜로퀴움 들으러 가는 사이에 마주친 살해현장(?) 머리만 뜯긴 모습이 어쩐지 나와 같구먼.

오후에 콜로퀴움이 있어서 가기 전에 도서관서 공부나 하자고 갔는데 11시에 들어와서 식사 시간 한 시간 빼고 16시까지 머물면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멍만 때리다가 나왔다. 뭐 어쩌자고 계속 이러는지 나도 모를 지경.
콜로퀴움 발표는 서독 산업의 자동화 과정에서 등장한 노동과 (노동)시간의 개념사 논의를 다루었는데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었는지는 늘 그렇듯이 자신이 없...

5. 11일 금요일

0659 기상
저녁 콘체르트 하우스 공연. 커튼콜 사진 찍으려는데 바로 앞의 앞 자리에 앉으셨던 분이 기립박수하셔서 찍을 때는 좀 성가셨으나 막상 찍은 것 보니 좀 그럴듯해서 만족중...

저녁에 C와 함께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말러 2번 교향곡(부활)을 보았다. 공연 보러 가기 전에 근처 일식당에서 밥 먹으려고 했더니만 식사 주문은 여섯시까지만 가능하고 픽업은 일곱시반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허탕치고 스타벅스 가서 커피랑 샌드위치를 먹은 뒤 근처 큰 서점에서 화제의 신간 이레나 바예호(Irene Vallejo) "파피루스(원제는 갈대 속의 무한)" 독어판을 구입... 했는데 늘 그렇듯이 읽기도 전에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도 살짝. (1) 가디언지 저자 인터뷰 (2)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서평
사실 여름하고 가을에 에셴바흐가 지휘한 말러 1, 5번이 정말 좋아서 이번에도 보러 갔는데 그때 좋은 인상에 기대가 컸었는지 이번에는 그 기대에 약간 못미쳤던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합창 부분부터는 괜찮았으니 그걸로 위안과 만족을. 아니 그래도 부활 교향곡 하면 컨디션 안좋을 때 들으면 다 듣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 마음을 휘두르는 그런 게 있는 작품이니 나름 각오(?)까지 하고 갔는데 말이지.
공연 보고 나서 다시 그 서점에 가서 좀 둘러보다 집에 왔는데 S반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노선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보니 중간중간에 많이 걸었다. 날씨도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았고, 달도 제법 커서 걷기 좋았던 기억.

- 공연정보 -

더보기

지휘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소프라노 마리솔 몬탈보

메조소프라노 후지무라 미호코

슬로바키아 필하모니 합창단


6. 12일 토요일

테니스 치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어제 밤 S반 고장의 원인은 이것이었나...
테니스장. 하반기 신규회원 분과 처음 경기를 해봤는데 뭔가 마구에 홀렸던 느낌...

아침에 장 보고 식사 하고 책 좀 봤더니만 곧바로 테니스 치러 갈 때가 됐길래 다녀왔다. 언제는 안그랬냐만 토요일은 유난히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금방 하루가 끝나는 느낌.
주초에 갑자기 보드게임에 꽂혀서 이것저것 한참 찾아보다가 혼자 사는데 같이 할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고 사놓고 끝을 안못본 콘솔 게임도 많은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현타 왔다가 다시 찾아보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 날 미친척하고 몇가지 구매했다. 그나저나 요즘 아마존 프라임 배송 좀 이상한듯.

7. 13일 일요일

남의 학교 도서관

오전에 미사 보고 볼 일 본 다음에 도서관에 들렀다. 평일을 주말같이 보낸 자는 이렇게 도서관에서 한주를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안가던 도서관 갔다고 어딘가에서 목도리를 잊어버린 건 덤. 돌아와서 저녁 먹고 잠깐 쉰 다음에 다음주 일정을 세우고 읽은 책을 정리했다.

- 며칠 동안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유학생들 V로그를 한참 보다가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사실 전부터 종종 하긴 했으나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 신원 공개 문제는 둘째치고 어찌됐든 내 모습이 안담길 수가 없는데 사진 찍히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격에다 편집해야 하는 텍스트가 산더미인데 동영상 편집은 잘도 하겠다 싶어서 그냥 단념하고 블로그나 더 잘 해보는 걸로. 그러니까 블로그 좋댓구알 좀

- 한 주 동안 읽은 책
오스틴, "이성과 감성" 다 읽음. 어쩐지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 들었던 것만큼 재미있지 않았던 인상.
커밍스, "미국 패권의 역사"
바이저,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 하라"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읽기 시작.
Warren, New England Bound

- 늘상 겪고 있는 문제인데 오전에는 그래도 하루 시작이니 이것저것 좀 해볼려고는 하다가 오후부터는 아예 손을 놓아버리고 있다. 뭐 하고 있는지 계속 기록을 하다보면 문제점도 깨닫고 어찌 고쳐야 할지 알 거라고 주워들어서 지난주부터 조금씩 해보고 있긴 한데 아직 무언가 가시적으로 개선된다는 느낌은 없음. 시간 정말 얼마 안남았는데 언제 정신차릴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