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즈음에 봤던 서른 즈음의 이야기를 마흔 즈음에 다시 보기 - 영화 “틱, 틱… 붐!” (2021)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뮤지컬 “렌트”의 제작자 조나단 라르손이 본인의 무명 시절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틱, 틱…붐!”은 2000년대 국내에서 몇차례 공연된 바 있고, 한번은 브로드웨이 팀 내한 공연도 온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근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걸 어찌 잘 기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그때마다 보러 갔기 때문이다. 팜플렛이나 포스터는 기본이고 OST CD까지 해외 직구를 해서 들었을 정도였으니 그 시절 나는 이 작품을 꽤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 뒤로도 종종 찾아 듣고 있고, 나중에 “렌트”도 재미있게 봤지만 “틱, 틱…붐!”이 어쩐지 여전히 더 끌린다. 다만 꿈만 많지 아직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해 마음만 조급한 “서른 즈음”의 이야기를 “스물 즈음”의 내가 뭘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좋아했었는지는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적당히 신나는 음악 안에 극중 인물들이 할법한 적당히 진지한 고민이 잘 담겨서, 라고 말할 수야 있겠지만 솔직히 그런 작품은 차고 넘치지 않았는가.
한참 원작을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영화를 보려니 그 누군가의 서른살 적 고뇌를 다시,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비슷한 처지인, 이제는 “마흔 즈음”이 된 내가 보려니 착잡한 느낌이 들긴 했으나 막상 보고 나니 괜히 나이 먹었다고 센티해져서 불필요한 의미부여를 하고 보려 하지는 않았나 싶었다. 이만하면 영화로도 재미있게 잘 옮겼다는 생각도. 음악은 두어곡 빠지거나 줄어들어 아쉽지만 새로 추가된 노래들은 그 아쉬움을 달래줄 정도로 충분히 좋았다. (아쉬운 마음에 편집된 곡을 찾아보니 삭제된 장면이라 올라오긴 했다.) 다만 작품에서 주제가인 “30/90”을 제외하고 좋아하던 노래가 예전에는 “Therapy”였다면 영화에서는 “Come to your senses”였는데, 어쩌면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영화라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의 특성 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나도 좀 변하긴 변했나 싶은 생각도 없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의외로 원작인 뮤지컬과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지점은 늘 그렇듯이 지난 시절이 - 9/11 이전의, 미드 “프렌즈”나 “섹스 앤드 더 시티”를 지금 보면서 감상에 빠지게 되는 - 꼭 좋은 시절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뮤지컬에서보다 더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닐까. 좋았던 옛 시절에도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이른바 “추억보정”이라는 필터로도 어찌할 수 없는 역경을 겪은 사람들도 존재했었음은 새삼스럽지만 당연한 일이다. 90년대의 적지 않은 “서른 즈음”들이 그랬듯이, 2020년대의 많은 동년배들도 30년 후에 지금을 기억하게 되면 아마 그러겠지.

P. S.: 사실 극중 인물들이 겪은 서른즈음의 성장통은 훗날 스스로 돌이켜본다면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일수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고 나니 별 일 아닌데 그때는 뭐 그렇게 심각했었나” 하고 웃으며 넘길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자인 조나단 라르손이 “렌트”의 초연을 앞두고 황망하게 사망했다는 무대 뒷이야기를 듣고나면 왜 그렇게 조급했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도 결과론적인 판단이겠지.
P. S.: 못다한 말을 좀 덧붙이니 바로 위에 쓴 내용과 대치되는 것 같아서 하지 안하느니만 못한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는 누군가는 언제나 있어왔으니까, 라는 말로 변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