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란트 생존기

최근 받은 두 질문

Gruentaler 2024. 6. 12. 03:33

 최근 이 동네 살면서 지금까지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이 동네에서 무슨 낙으로 살아왔냐는 질문을-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받았다. 나름 이 동네 생활 10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갑작스레 받은 질문들이라 당장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고 대충 넘겨버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앞선 질문은 후회 안되는 게 없어서, 후자는 낙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온 탓에 대답을 못하지 않았나 싶다.

 후회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음에도 지금 와서 제대로 기억 못할, 어쩌다 마주했을 소소한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냐고 정리 내지 포장 내지 자기위안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난 10년은 후회만 가득하고 잘 살아왔는지 의심을 안할 수가 없다. 내 시계만 10년 전에서 멈춰버린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면에서나 정서적인 면에서나 해외살이는 성공보다는 실패쪽으로 더 기울어졌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수습을 해야 그나마 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즉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지는 안/못-하고 있다. 빚갚아 나간다는 마음으로 심기일전 해보려고 해도 그것도 힘들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다고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이렇게 타는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감정기복도 없어 보이고 동요도 안하고 성격도 무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쯤 되면 공부가 아니라 연기를 업으로 삼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실상은 누구 말대로 "흔들림 없이 흔들리"는 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