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란트 생존기

작센하우젠 집중수용소 KZ Sachsenhausen

Gruentaler 2024. 9. 25. 22:05

  얼마 전에 근교에 있는 작센하우젠 집중수용소를 아는 사람들과 다녀왔다. 이 동네 사는 동안 동계 올림픽이 세번 열린 와중에도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마음에, 약간은 숙제를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하는 마음으로 이제야 다녀왔다. 단순히 언젠가 가겠지 하다 이제사 다녀온 것도 없지는 않지만 한여름에는 무더위에 땡볕을 돌아다니기 싫어서, 날이 안좋으면 가뜩이나 우울한데 마음까지 더 무거워질까봐, 하다못해 요즘같이 날이 좋으면 굳이 이 좋은 날에 왜 여기를 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주저한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베를린에서는 오라니엔부르크까지 온 뒤에 다른 버스나 열차를 갈아타서 오거나 30분정도 걸어서 가야 하는데 환승교통편이 한시간에 한 대 꼴이라 그리 좋지 않았고, 날씨가 좋아 걸어갔다. 일행도 있어서 걸어가기에도 괜찮았음. (사진은 별도 언급이 없는 이상 파나소닉 lx100m2로 찍은 사진임)

  수용소 초입에 있던 죽음의 행진 추모비. 패전 직전에 슈베린 인근의 라벤 슈타인펠트 수용소에 있던 여성 수용자들을 여기까지 끌고왔다는데 거리가 얼마인가 찾아보니 대충 170km...

기념관 입구

수용소 입구

시계탑의 시계는 해방날에 맞춰서 멈춰져 있다.

그 문구

중립지대. 하지만 수감자가 넘어가면 총을 맞는.

수용소 내부

수용소 천장

수용소 내부 사진들

 

터만 남은 수용소 숙소. 해체가 된 이유는 증거인멸보다는 그냥 물자 부족한 동네 주민들이 떼어 가서 그렇다고.

 구 동독 시절에 지어졌다는 희생자 추모탑. 처음에는 국내에 있던 유대인과 집시, 동성애자나 공산주의자들을 수용하였는데 전쟁이 지속되다보니 점차 전쟁 포로 수감 비율이 점점 많아졌고, 특히 연합군 포로도 많다보니 식민지 출신 수감자도 제법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확인되는 대로 추모탑에 새겨뒀다고 하는데 정작 그렇게 설명해주면서 우리 가이드 선생님은 추모탑은 둘러볼 시간도 안주고 그냥 지나갔다...

 여기서 죽음을 맞이한 소련군 무명 포로 사진들.

  위 사람들 사진은 수용소 입구 옆에 있던 행정실 건물에도 걸려있었는데 위 사진의 가장 왼쪽에 있던 사람은 고려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몽골계같다는 인상이... (아이폰 촬영)

 왼쪽 맨 구석이 가스실 터. 절멸 수용소가 아니라서 가스실은 그렇게 크게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노동이 자유롭게 만든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죽음 뿐이었기에 수감자들 사이에서 최종 종착지인 "Z역(Station Z)"로 불렸다는 화장장. 

화장터 들어가는 입구 바로 뒤에 있던 추모비

 

화장터 너머로 보이는 추모탑



 여기나 부헨발트같은 구 동독 지역 수용소들과 다하우같은 구 서독 지역 내 수용소들은 운영 주체가 달랐던 만큼 추모공간으로 활용되는 과정이 약간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두 곳을 가본지 워낙 오래전이었다보니 그냥 그렇지 않을까 짐작만 해보았다. 수용소가 그저 구 동독에 위치한지 구 서독에 위치한지의 차이뿐 아니라 여기랑 부헨발트하고도 전후 사용이나 관리가 조금 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가이드 중에 누군가가 혹시 수용자들 성적으로 착취한 경우도 없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애당초에 인종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진 수용소라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했던 것과는 달리 그런 경우는 적어도 공식적으로 없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답을 들을 지는 - 특히 소녀상 철거 문제로 약간은 뒤숭숭한 마당에 - 생각을 못했기에 조금 의외였음.  

 다녀온 지 다음주 주말에 열리는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 때문에 가는 길 곳곳에는 여러 정당들의 선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부헨발트 수용소 갔을 때도 거기서도 한참 주의회 선거철이라 정당 포스터들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극우정당 포스터가 보였었고 같이 갔던 독일 선생님이 보면서 많이 부끄럽다고 돌아와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사이에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악화되었으니 나도 뭐라고 말을 덧붙여야할 지 모를 지경이다.  작센하우젠 수용소가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는 그나마 사민당이 가까스로 득표율 1위를 해서 대충 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니 그나마 다행이라지만 얼마 전에 열렸던 인근 주 선거들은 대안당이 큰 승리를 거둔 와중에 다른 기성 정당들은 표들을 지리멸렬하게 나누어 받아서 연정 구성조차 힘들어 보여서. 대충 반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기민련과 좌파당에서 갈라져 나온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 + a로 구성이 될 모양인데 좌파당하고는 못한다면서 거기서 갈라져 나온 정당과는 할 수 있다는 건 살짝 이해가... 그렇다고 대안당하고도 할 수는 없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