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란트 생존기

2022년 3월 두번째 주 일상다반사 (07.03.22-13.03.22)

Gruentaler 2022. 3. 16. 04:20

1. 독서
- 위르겐 오스터함멜, 대변혁 3을 하루에 두 절씩 읽으려 했으나 못읽은 날도 많았고, 그냥 한 절씩 읽기로 함.
- 루이즈 페니, 빛의 눈속임을 하루에 두 장씩 읽음.
- Murder by the Book에 수록된 작품 두 편을 주말 동안 읽음. 세 편 남아서 이번주에 다 읽으려 했으나 결국 그러지 못함.

2. 필사
- Hans Enzensberger의 Hammerstein oder Der Eigensinn를 평일에 매일 한 쪽씩 필사함.

3. 운동
- 월, 수, 금, 일 홈트레이닝.
- 화, 목 헬스.
- 토요일 홈트레이닝과 테니스. 사실 테니스 요즘 회원님들 많이들 와서 조금만 늦게가도 차례가 밀려나서 기다려야 하길래 이번주에는 마음 먹고 일찍 길을 나섰으나... 절반쯤 와서 지갑이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챙겨가느라 거의 한시간 가량 늦게 도착함. 사실 교통권은 따로 핸드폰 케이스에 챙겨뒀으니 그냥 가도 별 문제는 없었는데 저녁 약속도 약속이고, 혹시나 이동중에 지갑을 떨어뜨렸다거나 도난을 당했다거나 그랬을지도 몰라서 고민끝에 결국 집에 다시 들렀다가 코트장으로 감.

4. 기타 약속
- 오랜만에 금요일 박사과정생에 참여. 사실 이번주에도 한 게 없어서 불참하고 싶었지만 나름 호스트인데 그럴 수도 없고 아무튼 참여해서 지난 몇 주동안 왜 불참했으며 공부를 왜 안했는지 밝힘. 코로나 때문에 지칠 수도 있으니까 다 같이 힘내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해보자고 나름 총대메고 만들었는데 나만 1도 안하고 있어서 솔직히 괴로움.
- 토요일에 테니스 끝나고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과라기보다 동호회 안에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나까지 껴준듯한 느낌의... 저녁을 거하게 먹고 볼링장까지 함께 갔다 밤 늦게 돌왔는데 씻고 대충 정리한 다음에 잘려고 누우니 새벽 두 시. 모처럼 거하게 잘 먹고 잘 놀긴 했지만 이렇게 놀기는 이제 여러모로 좀 힘들지 않을까... 덕분에 일요일에는 그냥 계속 방전모드.

토요일 먹부림 현장
볼링 얼마만에 해보는 건가 생각해봤는데 10년도 훨씬 넘긴 것 같다. 볼링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데 그동안 도대체 뭐했냐...


5. 한 주 단상
- 안할 수 없는 대선 이야기. 솔직히 나는 그럼에도 이재명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대사관에 가서 심상정에 투표했건만 그 사이에 안철수는 후보를 사퇴했고 이래저래 상황은 안좋아 보여서 결국 집에 전화를 걸어 이재명은 못뽑아도 윤석열만큼은 뽑지 말아주시라고 간청을 해서 알겠다는 답까지 받긴 했다만 실제로 그랬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집은 보통 정치 얘기하면 늘 얼굴 붉히면서 끝나는지라 어느순간부터 적어도 내가 먼저 정치 이야기는 안했기에 이번에도 늘 그렇듯이 '쟤는 정치 얘기만 나오면 부모도 안보인다'라는 말로 끝날까봐 그걸 각오하고 말을 꺼낸 것 치고는 상당히 좋게좋게 마무리 했다는 점은 결과가 그렇지 않아서 그렇지 위안이라면 위안.
결과 보고 나서 이런 생각 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점은 너무나 잘 알지만 사실 뉴스를 통해 양쪽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이재명이 생각보다 준비를 잘 했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리고 정확히 그만큼 윤석열은 막나가서) 얼굴 붉히고 언성 올라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재명 뽑아달라고 양친을 설득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음. 다른 한편으론 이런 결과를 알았다면 나는 그럼에도 심상정을 뽑았을까? 이젠 그에게 투표할 일은 없을듯 하니 아마도 9:1로 그랬을듯...
동네가 나름 민주당 강세지역인데 이젠 그것도 옛날이야기인지 득표 결과 보니까 윤석열이 이재명에 근소하게 앞서서 조금 암담해진 와중에 심상정은 7천 표 - 전국 득표율보다 많은 3% - 를 얻은 것을 보고 나같은 바보들이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았나 하고 한편으로는 살짝 놀람.
사실 비자 만료 기간은 슬슬 다가옴에도 준비는 여전히 전혀 안됐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이럴 거면 그냥 정리하고 돌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대선 결과보고 그 걱정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그래도 당선인도 사람이라고 우려와는 달리 하나 정도는 좀 도움이 되는 게 있는듯.
대선 결과가 반동의 마지막 승리이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퇴보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 매우 걱정스럽지만 이럴수록 정신 차리고 지금 당장 해야할 일들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인과 그 일당 따위로 내 기분을 직접 밑으로 끌어내릴 필요는 없겠지. 당선인이 전 애인도 아니고... 그래서 당분간 SNS도 좀 줄이기 위해서 금요일에 핸드폰 트위터와 페이스북 어플들을 삭제하고 한국 뉴스도 좀 덜 보기로 결심했는데 아직은 약간 허전해서 그렇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건 이것대로 괜찮은 느낌. 그만큼 쿠키런 킹덤과 인스타그램을 해서 문제지..
- 보험은 일단 어찌어찌 해결될 기미. 가입 전에 의사한테 건강상태를 확인 받고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금요일 오전에 다녀옴. 거의 5년만에 찾아간 병원이었는데 선생님도 여전히 정정하신 듯하여 괜히 반가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진단서가 반가운 결과였냐면 물론 그건 아니고... 오전에 다녀와서 대리인한테 진단서 제출하니까 오후에 바로 답 와서 확인 절차까지 마친 뒤, 아마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연락줄테니 그때 계약하면 될거라고 하더니만 사실 이 글을 쓸 때까지 답은 없어서 다시 불안해지는 중.
- 13년 전 이 주에 있었던 일.

신입생때 들었던 대학국어 선생님의 본업은 사실 소설가였다. 이 사실을 첫수업 때 알아차리고 질문한 친구도 있었으나 선생님은 수업과 무관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칼같이 잘라냈고, 그는 수강취소를 했으나 (물론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다)... 학기 말에 신작도 나오고 그래서 그 친구의 질문은 걸국 사실로 밝혀짐. 그래서 나도 학기 말에 사인 받으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러지는 못했고, 대학원 들어와서 인문대생 진로특강 강연차 왔다는 소식을 듣고 거기에 수업 때문에 뒤늦게 가서야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인 받으면서 별 기대 없이 사실 언제 대학국어 수업들었다고 인사 겸하면서 말씀 드렸더니 의외로 그때 수업때 일화를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 그렇다고 나를 따로 기억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13년 전 이맘때 쯤 있었다고 네이버 블로그가 과거의 오늘 그런 기능으로 알려줌.
- 토요일 테니스 치고 저녁 먹는 중에 소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연스럽게 패싱된 것 같아서 솔직히 살짝 빈정 상함. 사실 저번에도 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지라 괜히 더 그랬지 않았나 싶음. 그나저나 이 자격지심을 어찌하면 좋을꼬.
- 이번주에 그나마 뭐 하나 좀 잘했다고 할 만한 게 있다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뭐라도 운동 좀 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