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zensionen

7월에 읽은 책

Gruentaler 2020. 8. 3. 06:04

 

1.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

 

  사실 제목만 보고 미국 대도시 역사를 다룬 책인 줄 알고 샀다가 10년만에 읽었는데 기대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약간 놀랐다. 사실 그냥 제목만 보고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10년 가까이 읽지 않은 내가 문제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산업화에 따라 도시 역시 급속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비롯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이른바 전원도시 이론이었다. 도시 (특히 중산층의) 주거 기능을 교외로 이전하여 밀집된 인구를 주변 지역으로 분산하고, 한곳에서 여러 기능을 동시에 하는 방식에서 각 구역마다 각각의 기능을 하는 방식으로 도시 구획을 재편성하여 인구 밀도 증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도시 문제들을 해결하려 했지만 저자는 이런 접근 방식이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전원 도시 이론은 고전적 근대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한 방식으로, 이런 접근 방식이 아직까지도 유효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저자는 대안을 모색하면서 오랜 시간을 도시에서 보냈던 경험에 맞게 오히려 지금까지 도시 계획에서 "정리의 대상"으로 무시 받아왔던 소위 슬럼가에 주목한다. 오래된 도시 거주 지역들은 가난하고 교육수준도 낮고 인구 구성에서도 이주민 출신이 많아 치안이나 위생과 같은 생활 환경도 열악해 보이지만 통계상의 수치로 보나 이른바 생활상이라는 질적 측면에서 보나 의외로 괜찮았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 간의 인적유대는 그들 뿐 아니라 유입된 신참자들에게도 유익하게 작용된다. 오히려 도시의 주요 문제로 거론 되는 요소 중 하나인 치안을 예로 들면 중산층 인구가 교외로 이주하면서 상업지구만 남게 된 도시는 도시대로 공동화가 발생하여 밤에는 인적이 끊기고, 교외는 교외대로 차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게 되면서 양쪽 모두 안전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저자는 도시에 적당한 크기의 구역이 어느정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유기체로 유지, 운영되는 방식을 도시 (재)계획의 핵심으로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주민들의 노력 뿐 아니라 행정적, 경제적 노력과 지원 역시 필수라는 점을 언급한다. 구역의 재개발도 일괄적으로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실시하여 구역 내 연속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읽으면서 아마도 뉴딜과 그 이후의 발전상이 (아마도 약간은 비판적으로) 반영된 60년대에 나온 책을 2010년 즈음에 번역, 발간되어 2020년에 읽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도 2010년을 전후하여 이런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실 한국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저자가 소재로 삼은 미국의 여러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노력과 성과가 오래가지 못한 상황에 이 책이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저자가 이 상황을 목격했다면 본인이 강조했던 행정적-경제적 외부 요인의 오작동 때문으로 인했다고 평가했을까?

 저자가 기존의 주류 도시 계획 이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언론인 경력에서 비롯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 책이 나왔을 때 주류의 비판도 만만찮았다고 하던데 그 이후의 도시계획 논의에 저자의 관점이 어느 정도로 수용되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2. 김애란, 바깥은 여름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읽어보라며 주고간 덕에 읽었던 오랜만의 한국 단편소설집.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뜻밖의 결핍과 상실을 경험하면서 - 그리고 그 경험이 다소 시사적이라는 점에서 트랜디한 느낌을 한층 더 살려서 -  일상에서 균열을 경험했지만 그것을 극복하지는 못한 채 체념하고 그저 수용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특별히 덧붙여 할 말은 많지 않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답게 요즘같은 여름 저녁에 편한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 

 

 

3. 콜린 매컬로, 풀잎관 (3권), 포르투나의 선택 (1-3권)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2-3부)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마리우스와 술라의 협력관계는 2부 풀잎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파탄에 이르면서 내전을 경험했고, 결국 술라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3부 "포르투나의 선택"은 전통질서 부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독재관 술라의 노력과 그의 사후 훗날 삼두정을 이끌 세사람 -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 이 본격적으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1, 2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다루면서 획일적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3부에서 이 다양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 부분이 스파르타쿠스 봉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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