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zensionen

2022년 올해의 책

Gruentaler 2023. 1. 1. 01:46

순서는 무작위.

1. 계승범, 중종의 시대 (7월)
2. 계승범, 모후의 반역 (7월)
3. 성석제, 왕은 안녕하시다 (6월)
4.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8월)
5. 이철승, 쌀 재난 국가 (8월)

늘 그렇듯이 연말에 맞춰 허겁저겁 써보는 간단한 올해의 책 리뷰. 그렇기에 기억에 의존해서 쓸 수 밖에 없었기에 부정확할 수 있음을 말씀드리면서…





1. 계승범, “중종의 시대”, “모후의 반역”

두 책 모두 조선사에 두 번 있었던 반정을 다루었는데 전자는 그 이후, 후자는 그 원인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논의는 결국 중종과 광해군의 정통성 (확립 시도)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보위에 오른 중종은 폭군을 폐위하여 나라를 바로 잡는다는 것만으로는 정당성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한편으로는 대명 사대정책을, 다른 한편으로는 유교의 보급과 확산을(그리고 이를 위한 사림 우대) 추진했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을 추대한 대신/공신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동의를 구하면서 국정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중종은 이들에 비해 시간이 더 많았기에 나름의 방법을 찾으며 점차 정국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우리가 생각하는 유교국가라는 조선왕조의 모습이 흔히 생각하듯이 세종이나 성종 시기가 아닌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갖추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묘사화와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 중종대 훈구와 사림 갈등 역시 두 집단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없고 유교 보급과 확산,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또다른 핵심인듯.
한편 광해군 역시 제위에 오르기 전부터 끝까지 정통성 문제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보여주었던 능력을 통해 자질을 인정받았음에도 국왕이 갖출 수 있는 정통성의 조건을 - 적-장자, 왕세자 책봉, 선왕과 명나라의 인정 등등 - 하나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시에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특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수습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으니 이런 점에서 광해군은 비운의 군주라고 볼 수 밖에 없을지도. 그렇기에 정당한 군주로 대내외로 인정받기 위해 광해군 역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부단히 노력했고, 인목대비 폐위나 영창대군 사사도 결국 단순히 폭군의 패륜이나 간신의 농간이 아닌 정통성 확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인조반정의 명분이 된 이런 사건들이 광해군이 북인 강경파에 끌려다니다가 나온 결과였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광해군 본인이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적극적으로 주도하였고, 초기 국면에서는 대신들도 당파를 초월해서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기에 왕의 뜻을 따랐던 것으로 저자는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보통은 한번 시작되면 제동 걸기 쉽지 않은데 광해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 비극이라면 비극.
중종과 마찬가지로 인조 역시 광해군을 폐위하고 제위에 오른 정당한 이유가 필요했는데, 여기서 등장한 것이 광해군의 형제와 모친 살해(시도)라는 패륜에 대한 징벌이라는 효 논리였고, 이것은 훗날 대명, 대청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어 청나라의 조선 공격으로까지 이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조선 정치 영역에서 충과 효라는 핵심 근간 중에서 전자가 우선이거나 적어도 양자가 균형을 이루었으나 인조대부터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효가 충에 앞서게 됐는데, 이는 인조반정의 명분이 효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공자가 아니니 조선사 연구에서 두 책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유사업계 종사자 관점에서 봤을 때는 두 반정이 유교국가 토대의 완성(“중종의 시대”)과 효치국가로의 전환(“모후의 반역”)이라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읽혔다는 느낌.

2. 성석제, “왕은 안녕하시다”

성석제니까 패설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패설을 쓸 수 있겠지. 성석제의 나름 오랜 팬으로 꾸준히 작품들을 읽어온 경험에 비춰보면 본인이 잘 쓸 수 있는 분야에서 가장 빛을 낸 작품이 아닐까…라고 하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내용 비약이 몇 차례 있었던 것 같기에 마냥 정말 좋았다고 하기는 그렇고, 그만큼 아쉬운 느낌도 없지 않았다.

진실함과 굳센 믿음이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오래도록 전해지며 천년만년 사람들을 끄는 향을 풍기는 게 패설이라네. (2권, S. 369)
무엇 때문에 천하제일이라 하는가? 가장 오래도록 살 아남기 때문이다. 무엇이 천하제일인가? 살아남는 것 이다. 최후의 순간에 살아남지 않으면 그 어떤 고명한 검술, 학문, 인물도 쓸모가 없도다.

천하제일의 무공에서 배울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야 한다는 불굴의 의지다. 살아남아라. 누구에게 뭔 가를 남기는 자가 돼라. 그러면그대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살려 애쓰고 애써 살아라. 그대 피에 들어 있는 뜨거운 의기와 재능을 대대손손 물림으로써 그대를 대우주에 영속게 할 수 있노라. (2권, S. 413)


3.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한마디로 말해서 소설의 전형. 그래서 뻔하고 재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럼에도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든 작품. 왜 여태 안/못읽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4. 이철승, “쌀 재난 국가”

벼농사 문화권의 특징이 산업화 이후에도 큰 영향을 남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특히 코로나와 같은 작금의 재난 상황까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설득력을 한층 더 해주고 있다. 다만 벼농사 체제가 지금 한국에서도 어찌어찌 적용되어 잘 돌아갔다면 이제는 그 너머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텐데 우리는 과연 그럴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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