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yx Boox Go6 구매 및 간단 사용 후기

 2017년부터 써오던 전자책 기기인 크레마가 이번 월요일에 결국 사망했다. 오래 써서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한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기기도 피곤했는지 내가 마실 커피를 충전 단자로 마신 바람에 결국 액정까지 나가바렸다. 이렇게 가실줄은 생각도 못했지. 더 아이러니 했던 것은, 또 공교롭게도 독일 놀러올 때 이 기기를 가져다 준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전자책 기기 추천해줄 수 있냐고 해서 그거 아직 잘 쓰고 있느라 모르겠다고 답한게 바로 하루 전이었다는 점.

 가신 분은 가신 분이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바로 다음 기기를 찾아 나섰다. 초창기에 잠깐 예스24를 사용했한 이후로 이제 국내 전자책은 거의 알라딘에서만 사고 있으니 여기서 알라딘 어플을 지원하는 기기를 찾던 중에 오닉스 사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 보다 약간 큰 팔마가 꽤나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그것을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제법 비쌌고 특히 아마도 비싼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할 후면 카메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중저가형 포케 5를 추천 받아서 급 선회. 하지만 포케 5도 단종되었기에 결국은 그 후속 모델인 고6로 결정. 오닉스에서 직접 구매하면 자툰 같이 다른 구매처와 같은 가격임에도 커버를 준다고 해서 그쪽에 주문을 했는데 보니까 독일 내 구입처와 달리 배송료는 별도였다. 그러니까 결국은 커버도 따로 구입한 셈. 그리고 자툰에서 구매하면 하루 만에 온다고 하던데 본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유럽총판 홈페이지에서 구입했음에도) 중국에서 바로 오는 건지 배송 기간도 거의 4-5일에 걸렸다. 

 목요일에 도착한다고 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기다렸더니 결국 다음날인 금요일에 왔다. 뭐 이건 UPS 잘못이긴 하지. 그나마 오후에 나가야 하는데 그 전에 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왼쪽이 커버, 오른쪽이 본체 상자.  

언박싱

 

커버를 끼운 모습. 자석 부착식이라 은근 배터리 잡아 먹을 것 같기도 하고… (실제 주의사항에 어중간하게 붙이면 빨리 닳는다고 써있었음)

설정화면. 한국어는 가장 마지막에.

초기 설정 마치고 알라딘 어플 깔자마자 열어본 책. 네비게이션 볼 은근 신경쓰임.

만화책도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지

 슬립 모드나 전원 꺼졌을 때 배경화면, 글씨체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서 블로그를 뒤져서 바꾸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집어넣은 배경화면들. 하지만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체와 달리 그림을 기기에 복사해 넣을 때 조금 버벅였다.

존 헨리 뉴먼

E. P. 톰슨

에릭 홉스봄. 실물로 봤을 때는 홍수봉 선생 배경화면이 제일 그럴듯했다.

예전에 캐나다 캘거리 헌책방 갔을 때 찍은 사진. 칼라 사진을 E-Ink 화면에 집어 넣고 보니 흑백사진을 집어 넣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타디스

서체 등등을 커스텀 조정한 결과.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글꼴.

 사흘 써본 느낌을 말하자면 확실히 크레마보다는 - 7년 전 모델과 비교하면 실례겠지만 - 반응이 빠른 편. 하지만 그럼에도 7년 만에 새로 산 기기임을 감안하고 속도를 이야기한다면 빠르다고 말하기 어려운듯. 속도는 몇 년 전에 샀던 아마존 킨들 페이퍼와 차이를 못느낄 정도였다. 아직 신형 모델이다보니 후기가 많지 않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나름 최신 모델인데 왜 안드로이드 12가 아닌 11이냐" 라는 불평이었고, 중저가형 모델인데다 어차피 책만 볼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라 뭐 상관 없지 않을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다소 지출 부담을 감수해서 상위버전격인 팔마나 go7(이상 모델)을 사지는 않았을 듯. 크레마가 고장난 기간 동안 핸드폰 전자책 어플로 읽어본 결과 은근 쉽지 않던 걸 감안하면 핸드폰보다는 조금 크더라도 팔마 역시 비슷한 문제를 체감했을 것 같다. go7는 컬러 지원이라지만 그럴거면 그냥 아이패드로 보지 뭣하러 그걸 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저장 용량 역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어차피 책만 저장하고 SD카드도 지원되니 큰 문제는 없을듯 싶고, 앞으로 쓰면서 배터리가 좀 관건일 것 같긴 하다. 생각해보니 쓰던 크레마가 의외로 배터리가 잘 버텨주긴 했었는데 그것 이상으로 잘 해줬으면 좋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