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zensionen

9월에 읽은 책 - 건륭(장홍제), 나는 고백한다(자우메 카브레), 성스러운 술집이 문을 닫을 때(로런스 블록)

Gruentaler 2024. 11. 9. 06:19

  오블완인지 뭔지 그것 때문에 이제야 허둥지둥 써보는 9월에 다 읽은 책. 월 초-중순 사이에 4박 5일로 나선 휴가 중에 책 좀 읽어보겠다고 독일어 소설을 포함해서 세 권이나 들고 갔지만 그때 실제로 다 읽은 책은 성스러운 술집이 문을 닫을 때 한 권에 불과했다. 그때 들고 간 소설책은 지난 달에 다 읽었고, 조만간 블로그에 올릴 예정.


평전은 늘 그렇듯이 읽다보면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평전만큼 읽는 사람을 누구로 대상을 삼아야하는지 애매한 장르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건륭도 마찬가지. 읽다보면 조선왕조실록을 인용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전거가 될 수도 있음에도 예기치 않게 마주한 느낌도 들었다. 그냥 중국인 저자가 전공서적도 아니고 교양 서적에서 자기네 나라 황제 이야기 하는데 뭐 이웃나라 실록까지 그렇게 진지하게 참고했겠냐는 어찌보면 정말 편견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 반성하게 만든다.


3대 성세가 오래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런 성세가 인치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황제 개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세의 군주들은 다들 많든 적든 전제정치의 제도를 수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했지만 정작 제도의 틀을 깨는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할 때는 보수적인 봉건주의에 갇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 23강 건륭제 사후 (S. 813, 전자책 기준)


  나는 고백한다는 타임라인과 화자 따라가기가 조금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그만큼 뒤로 갈 수록 더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독이 필요 없는 책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조차 없었단 말이지. (……) 그러나 읽기 전에는 다시 읽어 볼 만한 가치가있는지 알 수없는 법이죠. 인생이란 이처럼 잔인합니다”(5부 숢겨진 삶(하) 2권, 전자책 기준 S. 143)라는 말은 이 책 자체에도 들어맞는 느낌. 


스스로에게서 도망치는 자는 언제나 적의 그림자가 뒤따르는 것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가 폭발할 때까지 달리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 2부 어린 시절(1권 S. 243)

 

“악 말이야. 왜 너의 신이라는 자는 그것을 허용하는 거야? 악을 막지 않는단 말이야. 악을 저지른 자들을 영원한 불길로 처벌하는 게 고작이잖아. 왜 악 자체를 막지 않아? 대답해 봐.”
“아니…… 그러니까…… 신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해.”
“그건 양악한 신부들이 그렇게 믿도록 한 거야. 그들조차 악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신을 설명하기란 어려운 거지.”
“악인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
“그래, 물론이야. 모든 피해가 이미 발생한 후에 말이지.”
- 4부 팔림프세스투스(2권 S. 126)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시는 있어. (……) 아우슈비츠 이후, 대박해 이후, 카타르인에 대한 대학살 이후, 정말 한 명도 남지 않았던 그 대학살 이후, 언제나 어느 곳에나 있어 왔던대학살 이후 …… 잔인함은 수 세기 동안 도처에 존재해 왔고,그걸 생각해 본다면 인류역사는 ‘무엇무엇 이후 시의 불가능’에 대한 역사가 될 거야. 그렇지만 실제로 역사는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어. 왜냐하면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겠어? (……) 다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어. 살아 있는 경험의 진실 말이야. 이것은 학술적인 연구로전해지지 않아. 예술만이 그것을 전할 수 있지. 문학 작품을 통해서 말이야. 생체험에 가장 가까운 장르라고나 할까. (……) 그래. 아우슈비츠 이후 시는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 (……) 나는 이것이 인류의 미적 의지가 끊임없이 존속하는 이유라고 생각해.”
- 5부 숢겨진 삶(상) (2권 S. 666-667)

 

죄인에게 구원이란 없어. 기껏해야 희생자의 용서가 주어지지. 하지만 보통 그 용서로는 살아갈 수가 없어.
- 7부 ……발끝까지 (3권 S. 705)


피니스 아프리카에에서 나온 책들은 그저 출판사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편이지만 이 책은 그렇게까지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듯. 다시 생각해보니 특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