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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란트 생존기

베를린 독일 국회의사당 (파나소닉 lx100m2)

by Gruentaler 2024. 2. 12.

  지난달 말 하루 시내 가이드 의뢰를 받아 하게되어 국회의사당 유리돔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를린에 처음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보려고 예약까지 했음에도 결국 못갔고, 그 뒤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가겠지 하던 게 10년이 지났다. 그래도 어쨌든 왔으니 역시 갈만한 곳은 언젠가는 가기 마련인 건가. 나름 전공이 정당사/의회사인데 그래도 한 번쯤 진작에 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마음 한 구석에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큰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또 그렇게 의미부여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의사당 정면
의사당 파사드. 그러고보니 현관 위에도 부조가 있다는 걸 방금 알았음.

 1894년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국회의사당은 독일제국시절부터 입법부 역할을 했다.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사회민주당의 필립 샤이데만이 공화국을 선포한 곳이기도 하고, 1933년 의사당 방화사건이 있을 때까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도 계속 의회 건물로 사용되었다. 전쟁 중에는 대피소나 방공포대 등으로, 전후 분단시절에는 특별전시공간 등으로 쓰이다가 (즉 그 외에는 사실상 방치에 가깝게 놓인 채로) 통일 후 1999년 천도가 결정되면서 노먼 포스터의 계획 하에 대대적인 개보수 끝에 본래 목적대로 사용중이다.

독일제국 통일 당시 영방 지역 문장들 같음.

  건물 모서리마다 동상이 네 개씩, 총 열여섯개가 있는데 독일의 농상공업이나 교육, 예술, 군사력 등등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사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음. 
 
  의사당 유리돔은 입장은 의사당 앞 컨테이너 건물에서 공항에서 출국할 때와 비슷한 절차로 신분증과 보안 검사를 받은 후에 건물 앞과 로비, 엘레베이터에서 일정 인원이 모이면 그때그때 함께 움직이면서 구경하는 식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유리돔 내부뿐 아니라 건물 옥상에서 시내 전경도 둘러볼 수 있다. 한국어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있긴 하지만 귀찮아서 패스.

옥상에서 바라 본 총리 공관

  건물 각 모서리에 있는 왕관들은 영방에 있던 4개 왕국(프로이센, 작센, 바이에른, 뷔르템베르크)을 상징한다고. W라고 써있는 것 봐서는 뷔르템베르크 왕국 기둥일려나.

슈프레강과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
지금보니 가운데 유리기둥을 통해 두 사람이 매우 크게 비춰진듯…
이렇게 보니 유리돔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유리돔 내부. 저 밑은 본희의장. 회의가 없는 날이라 그런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음.

유리돔에 있는 나선형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는 구조
유리돔 위
오느라 수고했다

 투명한 유리돔과 그 위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는 독일 건축가인 고트프리트 뵘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의회)민주주의의 투명성과 시민들이 이를 위에서 지켜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감시만 하면 다행인데 민주주의의 대표국가인 미국처럼 그냥 마구잡이로 들어올려고 한 적이 있어서 문제였지…

어쩌다보니 일행 사진까지

 
  의사당 방문은 한국 모 재단에서 주최한 대학문학상 수상자의 문학탐방기행 차원에서 함께했다. 사실 우리 문청 친구들 예술가 정신 충만해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보여줄 것 같아 약간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이제 젊은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 빨리는게 보통인데 이 날은 그러지도 않았고. 그냥 20대 친한 친구들 수학여행 온 것마냥 화기애애하고 분위기도 밝았기에, 그런만큼 행선지가 이런 곳이라 어쩐지 내가 다 미안하더라. 함께 한 인솔자 선생님들도 좋으신 분들이라서 가이드로 동행했다기보다는 그냥 당일 여행 동반자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가이드 하게 됐다고 해서 가는 곳들 준비해가긴 했는데 출발점이었던 빌헬름 황제 기념 교회 말고는 행선지 도착하면 그냥 다들 알아서 둘러보다가 궁금한 것들 있으면 찾아와서 물어보는 정도라 이러고 일당 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다만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착 하루 전부터 장기간 도이체반 파업이 시작되어 진짜 독일 체험을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아무튼 일정 잘 마치고 돌아간 모양. 그것도 그렇고 이 다음날 타와다 요코와 간담회한다고해서 책은 안 읽어봤지만 염치불구하고 나도 껴달라고 할 뻔...